새벽에 쓴 일기 (Feat. Mad Clown)
디씨(D.C.)
3:38Yeah 텅 빈 주머니 반대로 무거운 발걸음 철모를 때 입었던 큰 옷차림은 날 더욱더 초라하게 만들어 눈 감으며 입을 꽉 다물어 아무것도 나를 위로하진 못해 두 손에 꽉 쥔 동전 몇 개 군대 갔다 온 놈이 용돈을 받을 순 없네 오늘은 차비가 없어 열 정거장을 걸었네 엊그제 뛴 노가다에 작살난 어깨 건배 정신없이 힘든 삶을 위하여 김빠져 쓰디쓴 소주 정신없이 들이켜 난 지나쳐 우리 집 앞 정류장을 취한 채 중얼대는 끝없는 선문답 결국 난 이 사회의 적응 못 한 저능아 얼마나 더 지나야 난 원한 것을 얻을까 며칠 후에 다가올 즐거운 월급날 역시 빌린 돈을 갚고 난 웃음을 거둔다 전보다 몇 배는 더 멋지게 살 거랬지만 잘 안되는 걸 난 따가운 잔소리에 대들고 찾아온 불안감에 또다시 떼를 써 고개를 젓고 또 한숨을 쉬는 사이 해는 져 그저 참을 뿐이지 입 다물 뿐이지 난 조용히 또 입술을 깨물고 여전히 짧은 머리에 어색한 미소 고작 눌러쓴 모자에다가 어제 산 티셔츠 정도로 세상에 들어갈 열쇨 가지고 있다고 착각한 것 같아 바로 어제까지도 제대하면 얼른 돈 모아서 여행하기로 새끼손가락을 모았던 애들은 여태까지도 무기력증에 시달리면서 열렙따위로 하루를 때우는 시대의 열외자인걸 연애 까짓거 못할 게 뭐냐며 늘 소개만 시켜줘 봐 나만 한 남잔 없다며 늘어댄 자신감 허나 사실 난 돈을 못 낸다 몇 푼 데이트 비용 때문에 그녀를 보낸다 2년이라는 터널을 건너고 나면 모든 게 분명해지고 뭐든 할 수 있을 줄 알았어 허나 벗어난 순간부터 모든 게 쉽지 않았어 세상은 쓸모없는 날 반기지 않았어 어찌보면 멍청이들 천지 술 한잔에 한탄도 비와 함께 그쳤지 힘내 새끼야 친구들은 쳐진 날 다그쳤지 욕심과 걱정에 확실한 선을 긋던지 그냥 무심코 던진 푸념은 욕과 섞였지 평범한 직장에 정장에 넥타이 이 평범한 게 나한텐 왜 이리 더럽게 또 어렵니 능력 없는 녀석 세상은 날 이렇게 불렀어 지금 숨쉬기조차 난 힘들어 따듯한 봄 대신 날카로운 겨울로 날 이끈 건 돌연듯 찬바람과 불어닥친 이별의 통지서 네가 떠난 이유를 밤을 새며 술잔에 돌이켜 그냥 쉽게 말해 능력 없는 내가 싫다고 2년 동안의 집착도 다 식어버리고 있다고 못할 게 없다고 다짐을 했었는데 강한 척 하는 게 습관이 된 건지 힘든데 난 지금 애써 웃네 전보다 몇 배는 더 멋지게 살 거랬지만 잘 안되는 걸 난 따가운 잔소리에 대들고 찾아온 불안감에게 또다시 떼를 써 고개를 젓고 또 한숨을 쉬는 사이 해는 져 그저 참을 뿐이지 입 다물 뿐이지 난 조용히 또 입술을 깨물고 형 알어 안 갈 것 같던 그 2년도 지났어 이제 이 낯선 환경에 맞서 멋진 남자로서 뭔가 할 줄 알았어 충분히 칼은 갈았어 자신감으로 앞장선 걸음 앞으로 갈라선 현실 앞에 하향선을 그린 청춘 곡선 철 들고서도 난 여전히 갈피조차 못 잡네 고작 차비 받아 쓰는 허접한 복학생 이젠 부모님께 보여드린 당당함도 조금씩 소심해지고 패배와 괴리감에 솔직해지고 다른 이의 쉬운 성공법만 솔깃해지고 그 뻔한 책들을 소비했지 또 연이은 술자리의 주제는 오직 재미도 없는 이딴 푸념에 지친 우린 끄덕이며 기울인 한잔을 마저 비우지 그래 이 시대 예비역 20대에 내가 받은 바톤 그건 바로 선택 뒤에 감춰진 책임이란 상처 야, 우리 군대 있을 때 있잖아 그때 씨, 나 GQ랑 에스콰이어 막 그런 거 보면서 비싼 슈트 전역하면 사 입고 막 비싼 옷 요일별로 바꿔 입자고 그렇게 얘기 했잖아 근데 전역 하니까 그렇게 힘들 나 그래서 말인데 나 지금 주머니에 차비 밖에 없다 야 진짜 미안해, 술 값좀 내줘라 아, 저번에도 니가 샀는데, 다음엔 내가 쏠게 진짜 미안해